구매한 기억이 없는데 책상에 꽂혀있던 책.
그것도 두권이나... 그러나 읽고나서는 너무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 바로 본서이다...
각 종교는 저마다가 지니고 있는 근본 정신과 원리가 있다. 이러한 근본 정신과 원리는 역사의 진행 속에서 기준과 가치가 되는 중심역할과 더불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각 종교의 정신은 성직자들과 종교인들에 의해 유지되고 전승되었다.
모두 알고 있듯이, 근본 원리, 정신을 망각하고 본질적인 것이 아닌 비 본질을 좇게 될 때 철학은 철학이 아닌 것이 되고 종교는 종교가 아닌 것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First Principle'을 벗어나게 될 때, 종교는 사이비가 되고 철학은 헛된 망상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 본질, "하나님의 비전이야기"가 지금 소개하려는 이 본서에 충실하게 담겨있다.
많은 목사님들이 설교했던 내용을 책으로 재출간하곤 한다. 본서도 그런 맥락에서는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섬김과 봉사’라는 주제로 진행된 장신대 신학대학원 신앙사경회 주제설교를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접했던 다른 설교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본서에는 충분히 정확한 정보와 그 정보를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해석해낸 저자만의 특별한 통찰력이 더해져 있기 때문일게다...(말의 원고를 글의 원고로 정성껏 재편집한 저자의 노력도 한몫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본서는 한 눈먼사람, 사울의 행적과 함께 시작된다.
사울, 그는 눈먼 사람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핍박하던,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하나님과 상관없는 자기열심, 어찌보면 하나님을 훼방하던 열심을 가진자가 바로 사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예수를 만나고 눈에 덮힌 비늘을 벗게 되었다. 참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율법의 사람이었던 그는 성전의 사람이 되고, 비전의 사람으로 변화되어지게 되었다.
본서의 저자는 사도 바울의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4단계로 나누었다. (눈먼 사람 - 비늘 벗은 사람 - 성전의 사람 - 비전의 사람)
저자는,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비전의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이 메세지가 선포된 장신대 신대원의 학생들, 그리고 앞으로 본서를 접하게 될 독자들도 비전의 사람으로 변화되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본서를 집필하였고, 한 사람의 독자인 평자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1장-눈 먼 사람-에서는 고등종교의 타락현상-성직자, 종교 기관의 급증, 기복현상, 종교의 이해집단화-을 설명하며 현재 한국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타락현상에 대해 진단하며 심각하게 고려해야함을 강조한다. 더불어, 위대한 선교사요 신학자며 목회자였던 바울이 눈 먼 사람으로서 사울의 삶을 살았던 것을 강조하며 이 시대의 신학생-거룩한 소명을 받은 사명자-들이 세상에 익숙한 눈을 버리고 빛을 바라보는 삶을 살도록 권고한다.
2장-비늘 벗은 사람-에서는 세상적 가치와 기준, 정신과 철학이라는 비늘로 영적인 눈이 가려진 현대의 무기력한 성직자들과 성도들을 비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엘리 제사장과 같은 영적 무기력함에서 탈피하여, 바울이 아나니아 선지자를 통해 그의 눈에 있었던 비늘이 벗겨졌던 것처럼, 영적 통찰력을 회복하는 능력의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3장-성전의 삶-에서는 다윗왕으로부터 시작하여 솔로몬에 이르는 건축과정을 회고하고 크리스쳔이 본질적으로 회복해야할 정신과 정체성에 대하여 권고한다. 또한 철저한 자본주의의 정신과 타협하여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한국의 교회를 비판하며 "영원한 것을 위해 영원하지 않을 것을 포기하는" 참된 성전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함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4장-비전의 사람-에서는 비전과 야망을 혼동하며 자신의 야망을 하나님의 뜻과 비전이라고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를통해 저자는 하나님을 비젼으로 삼는 것이 참된 비전을 좋는 사람임을 정의내리며, 이러한 자는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오늘과 내일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자신의 삶에 지평을 넓혀야함을 강조한다. 또한, 하나님을 비전으로 삼는 자는 이성적 신앙의 소유와 더불어 삶에 대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큰 비젼을 가지고 살아야함을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4개의 장을 통하여 본서는 하나님이 원하시는‘참된 비전’이 무엇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인생에서 주어진‘자신의 비전’에 대해 어떠한 추상적인 꿈만을 떠올렸다면, 저자는 진정한 비전이란 삶의 현장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하나님을 비전으로 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멀리 떨어져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늘 현존하시는 하나님, 우리 각자가 1초 1초를 진심으로 살아갈 때 만나게 되는 그 하나님을 비전으로 붙잡을 때 개개인은 비로소 인생의 참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생활영성의 대가 "폴 스티븐슨" 박사의 주장과 본서는 같은 가치관을 담고 있다. 하나님을 영접했다면 누구나 사명자요, 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 제자로서의 가치의 재발견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케 한다. 하지만 단지 감정적 흥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결단에 뿌리를 내려 평생 노력함으로 인생을 하나님 뜻대로 가꾸어갈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해 간다면, 그게 바로 비전의 사람이 아닌가?
왜? 비전은 꿈속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동감 있는‘삶의 현장’속에서 주어지는 고귀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종교가 종교가 아닌 것이 되게 하는 비본질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본질로 회귀하려는 근본 원리를 향한 강한 열망이 담겨있다. 특별히, 기독교라는 이름을 이용해 사이비가 판을 치는 한국교회의 현실적 상황을 날카롭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지적하며, 사회로부터 '개독교'라고 지탄받는 한국 교회가 시급하게 회복해야할 'First Principle'에 대해 제시하며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책 "비전의 사람"을 읽으면서 큰 도전이 되었던 부분은 나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적인 생각과 가치에 대한 발견이었다. 특별히, 3장에서 언급되었듯이 강력한 자본주의에 의해 교묘하게 왜곡되고 합리화되어버린 거짓 기독교 정신에 대한 발견은 나의 내면을 다시금 점검하고 회복해야할 정신이 무엇인지 정립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아가, 거짓 기독교 정신이 자리했던 빈 자리에 다시금 채워야할 기독교 정신과 성경의 가치에 대한 큰 열망을 형성하게 하는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다.
역사에 큰 영향력을 끼친 위인들이 위인들이 될 수 있었던 동기를 돌아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다. 역사를 바꾸게 했던 축이 교리이든, 철학이든, 문학이든지, 그들의 동기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영위하게 하는 근본 원리, 기초가 되는 정신을 향한 용기있는 야성이었다.
그들은 과거를 교훈삼고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더불어 주어진 현재의 삶에 최선과 열심을 다하는 건강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세상의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열매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믿고 확신하는 바를 현재의 삶에 성취해내는 진리를 향한 강렬한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은 그들의 삶을 정화하는 거룩한 부담감이 되었고 정화되어진 삶은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삶, 나아가 국가와 역사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아름다운 삶이 되었다.
인간으로서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본능에 의한 삶이 아니라 사유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나아가, 사유하며 살되 인간됨의 삶에 대한 분명한 자각과 더불어 주어진 삶을 영위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축복이다.
삶에 대한 저자의 영적 고민과 해답은 인간 존재에서 시작하여 다시금 인간 존재로 귀결된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이면에 감춰진 하나님의 속성을 발견하고 참된 비전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인간은 주어진 삶에서 지속적으로 인간됨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야한다. 이것은 인간존재가 누릴 수 있는 특권과 더불어 삶에 주어진 거룩한 숙제이다. 나아가, 삶에 주어진 숙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 해답을 신적 영역-하나님-에서 찾을때, 사유하는 인간의 삶은 마침내 진정한 비전의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한때의 뜨거움이 식고나면 많은 사람들의 결단도 식고 만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이성에 뿌리를 내리는 만큼, 하나씩 변화시켜가자. 비전의 사람이 되어가자. 자, 어떠한가?
이 글을 읽은 당신도 동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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